4,307조 자산과 빈곤율 1위의 역설… 대한민국 노인 빈곤의 탈출구는 어디인가?
대한민국이 2025년 65세 이상 인구 1,000만 명 시대를 열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숫자 뒤에는 극명한 명암이 교차한다. 한편에서는 60세 이상 고령층이 4,307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며 경제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40%에 달하는 노인이 빈곤선 아래에서 신음하고 있다.
빛과 어둠 사이에서 방황하는 한국 노인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지금 어떤 갈림길에 서 있는지, 그리고 그 대안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1. 자산의 편중과 '지갑 닫는' 노후의 공포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절반 이상을 고령층이 보유하고 있음에도 경제가 활력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노후 불안'에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소비를 줄이고 현금을 쌓아두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30년'의 전조와도 같다.
자산이 병원비로만 쓰인다면 국가 재정은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령층의 자산이 단순히 '생존'을 위한 방어 기제로 남지 않고, 혁신적인 헬스케어 서비스나 건강한 노후를 위한 '투자'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설계가 시급하다.
2. 일자리 창출: 양질의 '채용형' 모델로 전환
가장 직접적인 빈곤 해결책은 역시 일자리다. 최근 고령자 고용률이 사상 처음 70%를 돌파하는 등 시니어의 경제 활동 참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제 단순 저임금 단기 일자리에서 벗어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26년부터 시니어 일자리 지원센터를 전역으로 확대하고 기존의 단기 시간제 인턴십 대신 정식 고용을 전제로 한 '채용형 인턴십'을 도입했다. 또한 시니어를 계속 고용하는 기업에 채용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민간 영역의 채용 문화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3. '에이지테크'와 '커뮤니티 케어'라는 새로운 대안
일자리 외에 노인 빈곤의 핵심 원인인 '의료비 폭증'을 막기 위한 기술적, 사회적 대안도 구체화되고 있다.
에이지테크(Age-Tech)의 활용: 돌봄 로봇, 스마트홈 케어 등 5대 중점 분야를 육성해 노인의 자립 생활을 돕고 의료비 지출을 효율화하는 전략이다. 이는 노인 건강 관리 주체를 국가에서 지역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지역 포괄 케어 시스템: 일본의 사례처럼 환자 치료를 요양과 재활, 그리고 찾아가는 '홈케어(왕진)' 중심으로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병원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 지역 사회 내에서 건강을 관리하게 함으로써 가계와 국가의 재정 부담을 동시에 낮추는 모델이다.
4.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곳들
이 거대한 사회적 숙제를 풀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에이지테크 기반 실버경제 육성 전략'을 통해 2025년까지 4,256조 원 규모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자체 및 공익 재단: 서울시50플러스재단 등은 시니어의 풍부한 경력을 양질의 일자리와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경제적 자립을 지원한다.
결론: 앞으로 5년이 '골든타임'
대한민국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의 관건은 고령층의 자금이 소비가 아닌 투자로 쓰이게 하고, 시니어의 경험이 노동 시장에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기계가 사람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기술을 통해 사람이 사람을 더 잘 돕게 만드는 균형점을 찾는 것, 그것이 초고령사회를 맞은 한국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